2019년 회고 - 4) 개발팀을 리딩하고 공동창업가로서 고군분투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
2020년 01월 26일 | 회고 회사 포메이커스2019년 회고를 진행하며 “회사에서의 나”를 고찰하려 했는데 고찰하다보니 회사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되니 전체 회사 관련 회고 글에서 아래 내용들이 어색해져 분리한 포스팅! 😂
2019년에 개발팀을 리딩하고 공동창업가로서 고군분투하며 배우고 느낀것들 이라는 제목이 조금 장황하긴해도 더 어울릴 것 같다.
👩🏻💻 선임에서 CTO로
2014년에 첫 직장에 입사한 나, 2018년에 창업을 하며 5년차라는 연차에 CTO를 맡게되었다.
남들은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5년차, 그 때 나는 공동창업을 하게 되면서 듣기만 해도 무거운 CTO라는 직책을 맡게되었다. 평상시에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인데 이렇게나 무거운 직책을 맡게되니 나라는 사람 자체를 거의 불살질러버리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내 자신을 불살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사이드 이펙트를 발생시킬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ㅠㅠㅋ…
시행착오의 연속
2019년의 나는 연차로만 따져보면 6년차 개발자였다. 6년차란 참으로 애매한 연차다. 주니어도 아니고 시니어도 아닌 그런 개발자. 나는 그냥 내 스스로를 Intermediate 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뻔뻔)
2년 동안 정말 많은 성과와 시행착오들을 거쳐오며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학습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시행착오란, 개발적인 측면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건강, 후배양성,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모두를 포함한다
배운 것들
그동안 내가 겪고, 학습하고, 깨달아 온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나열해보려 한다.
-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그렇기에 코드 그 자체보다는 고객이 사용하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
- ‘좋은 코드’란 ‘동작하는 코드’이다.
- ‘좋은 구조’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다. 팀 차원에서의 ‘좋은 구조’란 ‘일관성’을 가지는 구조인 것 같다. 팀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게 일관성을 가지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새로운 구조나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어려울 정도로 획일화되지는 않은 정도의 구조가 좋은 것 같다. 결국은 ‘좋은 구조’ 그 자체보다는 함께 생각하는 ‘좋은 구조에 대한 방향성’ 이 일관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방치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특히나 책임자일수록 회사의 관점에서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내 자신을 바꿀 수는 있다.
- 함께하는 동료들이 중요한 만큼, 나도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가끔은 내 스스로를 가장 쉽게, 가장 먼저 버리고,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지…
- 첫인상으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았다. 그 첫인상들이 모여 결국엔 우리 회사에 까지 피해를 입히게 될 까봐 나는 나를 계속해서 감추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나다. 첫인상은 그저 첫인상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부터 먼저 받아들이고 모두에게 드러내자.
-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처음부터 ‘좋은 리더’였던 사람이 존재할수는 있을까? 왜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걸까?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리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겪어왔던 수많은 리더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며 그들에게 배우고 그들을 이해해본다. ‘그들도 하나의 과정 속에 있었겠구나. 부던히도 애쓰고, 노력하고, 배우고 있었던 것이구나.’
- 해야 할 일이 너무 거대해 혼란스러울 때에는 최대한 해낼 수 있을 만큼 작게 쪼개서, 조금씩, 꾸준히 진행하자. 처음부터 작게 쪼갤 필요는 없다. 진행하다보니 작게 쪼개져야 할 것 같다면 그때 쪼개도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을 처음부터 계획된 하나의 상태로만 억지로 유지하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하게,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며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 1:1 대화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었다. ‘공개 망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정말 큰 깨달음 이었다.
- 비즈니스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나를 배제하면 오히려 더 잘 진행된다.
- 코드에 너무 감정을 이입하면 안된다. 코드는 내 자신이 아니라 특정한 순간의 결과물일 뿐이다. 코드와 나를 분리해서 외부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도 의심하고 의심해야한다. 테스트코드는 그것을 도와주는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 의견을 이야기할 때에는 ‘코어 니즈’가 무엇이었는가를 계속해서 떠올리며 이야기 해야한다! 의외로 의견을 이야기할 때, 내 스스로의 ‘코어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 그 자체를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위한 의견을 이야기할 때가 많더라. 처음부터 정돈된 의견을 내는 건 어렵겠지만, 일단 표면에서 드러나는 의견을 먼저 이야기했을지라도 그 속에 있는 나의 진짜 ‘코어니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내어 덧붙이도록 노력하자!
- 미드 “굿 플레이스” 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실 이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그 상황과 그 시기에 가장 적절한 or 가장 적합한 ‘최선의 답’이 존재할 뿐이다. Best와 Optimal의 차이를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 솔직함은 진정한 관심과 신뢰가 없다면 그냥 날카로운 흉기가 될 뿐이다.
- ‘완전한 솔직함’ 도 연습이 필요하다.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
-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재촉하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스스로가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도 어려웠지만 나라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트리거가 되어 이런 느낌을 의도치않게 주게 되는 건지 파악하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다. 나를 위해 진심으로 디테일한 피드백을 해주시며 솔직함을 이야기하는 용기를 내주신 정말 좋으신 팀원들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힌트를 얻게되었다.
- 나는 시간적으로 ‘조급함’을 느낄 때 사람들을 재촉하고 답을 정하려고 하는 성향을 띄고 있었다. 조급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져야 하고,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멀리 보는 눈과 가끔은 사람들에게 기댈수도 있는 내려놓음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 나름대로 칭찬봇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던 내가, 2019년 한 해동안 급격하게 어두워지며 칭찬을 잘 안하게 되었다. 팀원들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일일수록 의식적으로 열심히 칭찬하고 행복해하자. 팀원들에게도, 나에게도!
-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일단 뭐라도 하는 게 무조건 더 이득이다.
- 무조건적인 신뢰는 진짜 신뢰가 아니다. 인과관계, 납득이 가는 신뢰를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시너지의 반대효과(?단어를 모른다)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알게되었다.
- ‘실패’라는 것은 없다. 모두 ‘과정’속에 있을 뿐이다.
- ‘잘 하는 것’과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좋은 동료’는 팀원들에게 시너지를 주는 동료이다. ‘좋은 동료’가, ‘좋은 동료’가 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전파했을지라도,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챈 순간 바로 공유하여 더 늦지 않게 해야한다! 즉, 인간은 실수할 수 있기에 빠른 공유가 최선이다!
- 신기술이라서, 그냥 써보고 싶어서, 공부/학습용으로 회사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건 정말 위험하다. 물론, 회사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부하고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지만, 회사는 대체적으로 output을 내는 곳이다. output을 내는 과정에서 학습하는 것과 학습을 위한 작업(input)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input에 집중하는 시간은 최대한 개인시간을 활용하는 걸로!
- 개발 학습 시간 만큼이나 마음챙김 시간도 중요하다. 개발에만 집중하느라 마음건강에는 소홀한 한 해가 아니었을지…
- 2019년 한 해동안 거의 쉬질 않았던 것 같다. 장기휴가도 새해맞이 가족모임을 위해 사용한 것 빼고는 하나도 없고 보통 정말 힘들거나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들이 너무 밀렸을 때 하나씩 사용했다. 회사 업무를 열정적으로 한 건 좋지만 좀 더 나를 챙기는 시간들이 필요하진 않았었나, 나를 챙기는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게되었다.
마무리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더니 횡설수설 적힌 것 같다(허허)…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의 곁을 함께해준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여기에 나열해둔 내용들도 결국엔 현재의 스냅샷일 뿐, 내년에는 또 어떠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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